함께 읽고 싶은 시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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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규희 작성일08-07-27 09:30 조회4,298회 댓글1건본문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 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 |
댓글목록
김영문님의 댓글
김영문 작성일
메인에 가족이야기의 제목이 바뀐걸 보았습니다.
"함께 읽고 싶은 시를 올립니다" 라는 제목을 보고 갑자기 샘이 올렸을 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시입니다.
비오는 여름 아침에 덕분에 나를 다시 한번 돌아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