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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아동을 보는 눈 깊이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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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숙 작성일12-04-15 15:19 조회3,2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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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을 보는 눈 깊이의 전환

신 현 기

 

미국의 어느 작은 시골 교회의 초등학교 1학년 반에 또래보다 한 살이 많은 9살 된 다운증후군 소년 필립이가 있었다. 그는 학교도 아닌 교회조차도 또래들보다 발달이 늦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1년 유예되어 다니게 되었다.

4월 중순 어느 날, 담임교사는 1학년 아동 7-8명에게 가로로 분리되는 플라스틱 달걀껍질을 하나씩 나누어 주며, 밖으로 나가서 그 달걀껍질 안에 나름대로 새 생명을 상징하는 물건을 하나씩 담아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밖으로 나가서 나름대로 새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물건을 하나씩 담아 왔다.

선생님은 그것을 하나씩 공개하였다. 한 아이는 교회 담장 밑에서 보라색의 예쁜 제비꽃을 뿌리 채 뽑아 담아 왔다. 아이들은 그 꽃이 너무 예쁘다고 탄성을 질렀다. 다른 어떤 아이는 노란 나비를 잡아서 넣어 왔다. 선생님이 달걀껍질을 열자 나비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아이들은 그 나비를 잡느라 잠시 소동을 부렸다. 한 녀석은 작은 돌덩이를 넣어 왔다. 누가 그랬냐고 아이들이 야유를 보이자 돌덩이를 넣어 온 녀석이 얼굴을 붉히며 제가 그랬어요. 그냥 재미로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 녀석과 엉키어 함께 뒹굴었다.

마지막 한 개의 달걀껍질을 선생님이 열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달걀 자체였다. 이를 본 아이들은 일제히 바보가 그랬어요. 그녀석이 어떻게 새 생명을 알아요?”라고 아우성쳤다. 그때 필립이가 선생님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무엇인가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필립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였다. 필립은 어눌한 말투로 더듬거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저 제거 맞아요. 비어 있어요. 비어 있기에 제게는 새 생명이예요!”

 

갑자기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필립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똑똑하다고 자만했던 자신들은 새 생명을 생물체로만 생각했는데 자신들이 그동안 무시하고 놀렸던 필립이는 부활의 생명을 그 달걀껍질 안에 담아 왔던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 일 후로는 어느 누구도 필립이를 무시하는 친구가 없이 존중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운증후군 아동들은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장장애는 지금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심각한 위험질환이었다. 결국 필립이는 그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 심장장애로 인하여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시의 친구들은 필립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하여 필립이의 집으로 찾아드는데 한 사람도 조화를 든 사람이 없이 그 플라스틱 달걀껍질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까지 장애이해교육은 장애인에 대한 눈높이를 조정하는 것에 머물러 왔다. 눈높이 조정은 비장애인들의 우월의식에 근거한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진정한 장애이해와 통합이 실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눈높이가 아닌 눈 깊이의 전환을 강조하게 되었다.

노자(老子)에는 大智若愚(대지약우)”라는 말이 나온다. 뛰어난 자가 어리석은 행동을 흔히 함을 빗댄 경구(警句)라고 할 수 있다. 이 경구를 빌려와 사용한 또 다른 경구가 大愚卽大賢(대우즉대현)”, “大愚通天(대우통천)”이다. , ‘어리석다고 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크게 현명하다’, ‘어리석은 사람이 하늘과 그 뜻이 통한다정도로 해석된다.

최근, ‘바보라는 단어가 유행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 철학”, 차동엽 신부의 바보 Zone”, 그리고 중동의 성자 나스레딘 호자의 이야기 행복한 바보가 그것이다. 하버드대학 의 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H. Gardner)는 자신의 다중지능이론(MI)9번째 지능으로 영성지능(spiritual intelligence) 또는 존재지능(existential intelligence)을 포함시키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다중지능연구를 수행하며 많은 자폐아동과 지적장애아동과 같은 발달장애아동을 접하게 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 오히려 심오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장애아동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아닌 눈 깊이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들을 통해 배움을 가지라는 것이다. 작가 이외수선생은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느 동네이건 반드시 바보가 한 명씩 배치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스승으로 한 명씩 내려 보내셨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남을 모함하거나 비방하지 않는다. 부디 조롱하지 말고 경배하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인 듯하다. 4월은 식목일이 있고, 장애인의 날이 있고, 종교적으로는 부활의 날이 있다. 이번 식목일에는 마음의 나무를 심고, 장애인의 날에는 그들을 통한 배움이 있어, 고정된 편견과 아집이 새로운 생각으로 부활하였으면 한다. 4월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시 꾸며할 때이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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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아이소리에 게시되어있는 특수교육신현기선생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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