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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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6-10-27 17:31 조회2,972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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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동천의집'에서 생활하다가 취업을 한 성인 장애인들은 집단 시설인 '동천의집'을 떠나 지역사회의 '그룹홈(교사 1인과 가족 4명)'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기에 경제적으로 조금씩의 여유들이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연휴가 길어 처음으로 일본의 규슈 쪽으로 해외여행을 하였습니다. 비록 삶에 서투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성정을 가진 이들의 여행기입니다. <기자주>
오랜만에 늦게까지 자고 천천히 준비해도 되는 날이다. 준비를 하고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면 첫 해외여행의 일정이 끝나는 것이다. 있으니 9층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던 용순이를 발견했단다. 길을 잃고 길을 잃었을 때에는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라는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었노라고 한다. 만약 밖으로 나갔더라면… 마지막 날 생각만 해도 진땀이 흐른다.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도시나 농촌이 우리나라와 별로 다른 점이 없는데 음식이 너무 맛이 없고 다르다고 한다. "아니요" 한다. 해줬다. 비록 조금은 모자라는 정신지체인들이지만 그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여행의 느낌을 갖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못 샀던 선물들을 면세점에서 사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가족과 친척들이 있는 가족들은 자기 가족들의 선물을 챙기고(어려서부터 오랜 세월을 동천의집에서 살았지만 비록 자신들을 양육하고 보살펴 주지 않더라도 혈육을 챙기는 마음가짐은 아름답다. 혈연은 끈끈하다) 가족이 없는 가족들은 친구들과 교사, 자원봉사자들까지 선물을 챙긴다. 직장 동료들 선물, 동천의집의 다른 가족들….
평소에 말이 없어 있는지 없는지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의사를 거의 표현하지 않는 진이는 선물을 골고루 많이 산다. 누구 거냐고 물으니 선생님의 동생부부가 늘 자원봉사 해주는 것이 고마워 그 가족의 선물을 샀노라고 한다. 아이들 것까지. 그들의 모습 속에서 교사들은 감격에 겨워한다. 골내고 말썽부리는 모습보다는 성장하고 성숙된 모습들을 보며, 달라진 모습들을 보며. 작은 선물이라도 고마움을 표시 할 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룹홈은 그룹홈에 들어가서 살아온 세월에 따라 성숙된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보통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지역사회의 주민으로 바뀐다. 집단 시설의 때를 벗어내고 한 사람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능력은 발달하며 삶으로 느껴지고 살아지는 것이다. 변화시킬 것이다. 쓰는 모습에서, 호텔을 이용하는 모습에서, 여행지에서의 모습에서.
처음에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동남아로 갈 생각도 하였지만 혹시라도 여행길에서 가족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더라도 치안이 좀 더 잘되어 있는 일본이라면 가족을 찾는 일이 수월하리라는 계산이 있었다. 정확하고 사물을 보는 눈도 정확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서로를 챙기고 사랑하는 모습이 더욱 진함도 보았다. 경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동네의 아구찜 식당으로 달려가 그동안 밍밍했던 속을 매운 아구찜으로 달랬다는 후문이다.
좋은 여행을 하고 왔지만 그래도 추석인지라 각 가정에서 음식들을 장만하여 함께 모여 추석 명절도 보내고, 생일을 맞은 가족들을 축하도 해주고, 함께 떠나지 못했던 소령이네 가족들을 위로도 해주며 추석을 보내며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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