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을 저처럼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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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6-07-05 14:01 조회2,781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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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이야기입니다. 점심 때 저의 방으로 대길군이 찾아와서는 "요즘 힘드시죠?"라고 서두를 뗍니다. 했는데요. 얼마 안 되지만 동생들 사는 집을 수리한다고 해서 공사비를 후원 좀 하려구요. 처음에는 백만원을 하려고 했는데 저희도 먹고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생각다 못해 오십만원만 가져왔으니 적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저희 정성이니까 받아주세요".
앉아 있게 하였습니다. 갓난아이 때 시설에 들어와 30여 년을 살다가 결혼하여 자립한 아주 자랑스런 대길이입니다. 대길이가 없으면 일이 안 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이런 대길이가 동생들을 자기처럼 키워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의 의미는 두고 두고 생각해도 끝이 없습니다. 지금의 자신의 삶이 행복하니 자신들처럼 잘 키워 취직도 시키고 결혼도 시켜 줄 뿐더러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 달라는 부탁입니다. 있는 열 일곱 가정은 저마다 삶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열 일곱 번째로 결혼한 대길과 성례의 가정은 시설 내 첫 커플이기도 하고 우리 가까이 있어 그런지 늘 우리 가까이에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의 생활은 아침에 밥과 국을 먹고 출근하고픈 신랑과, 바쁘니 대강 먹기를 원하는 신부의 다툼으로부터, 퇴근 후 먼저 저녁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한 후 쉬기를 원하는 신랑과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왔으니 좀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기를 원하는 신부의 실랑이가 들려오더니 급기야는 신부가 출근을 하지 않는 스트라이크로 발전돼 그 내용을 알아보니 연휴에 시장 구경이든 롯데월드든 갈 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며 TV만 보고 있는 신랑이 미워 출근을 안 한 것이었습니다. 그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말로 하라고 조언하고, 신랑에게도 결혼 전에 '내가 다 해줄거에요' 하고 약속 했던 것을 생각해 보라고 타이르는 등 1년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일년이 지나고 보니 여느 부부들처럼 부부로서의 삶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고 있습니다.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신랑은 몸이 약한데도 힘든 일을 하느라고 힘겨워하는데 보약 한 첩 지어주지도 않고 몰래 적금을 들어 심기가 불편합니다.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맞벌이 부부인데 신랑은 왜 받기만 해야 하는지 마땅치가 않습니다. 어느 때는 회의 시간이 시어머니들과 친정어머니들의 입장차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들의 삶에 참견을 하거나 좌지우지 하지 않아야 함은 다 알고 있습니다.
멀리 춘천에서, 동두천에서 광주에서 달려온 부부들은 서로의 살림 노하우와 작아진 자녀의 옷을 전달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날 결혼 3년차인 유림이 엄마인 숙자가 회장으로 뽑혀 앞으로 자치회를 이끌어 가기로 했습니다.
동천의집을 떠나 세상이라는 큰 바다로 떠난 이들이 연어처럼 언제든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돌아오고픈 집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이들의 든든한 고향이 되어 주고픈 마음에서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더라도 생각만 해도 푸근한 집, 기억만 해도 좋은 집으로 각인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인권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듯한 부모 밑에서 지란 아이들도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는 세상에서 동천의집에서 첫번째로 결혼한 금순씨의 아들은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는 중학생입니다.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조금도 다름 없이 잘 자라고 있으며 부모로서도 조금의 문제도 없이 그 역할들을 잘 하고 있습니다.
신랑 인수씨가 일하는 직장인 장애인특수학교에 신부가 자원봉사를 함으로 신랑을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혼 3년차이지만 아직도 외출 때면 커플티를 즐겨 입는 부부입니다. 이 부부는 하루종일 붙어 있어도 결코 지겹지 않다는 행복부부입니다. 살아가면서 얼굴과 몸매, 행동까지 닮고 있습니다.
결혼을 한 후에는 시설에 들를 때마다 혼자 사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으니 빨리 결혼하라고 직원들에게 충고를 합니다. 비록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지고 태어 났지만 좋으신 시부모님을 만나 너무도 행복해 합니다. 결혼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신랑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늘 함께 있고 싶어서.
장애인들도 잘 자라서 보통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고, 또 많은 장애인들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늘 노력합니다. 가족들은 예의 바르고, 천사 같다는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루어 주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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