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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을 저처럼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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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6-07-05 14:01 조회2,7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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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 번째 결혼 가정의 사는이야기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장애란(jangar) 기자

며칠 전의 이야기입니다. 점심 때 저의 방으로 대길군이 찾아와서는 "요즘 힘드시죠?"라고

서두를 뗍니다.

"왜 힘이 든다고 생각하지?"
"여름에 집 수리 한다고 하셨잖아요. 공사비가 많이 모자란다면서요."
"..."
"동생들을 저처럼 키워주세요."
"?"
"동생들도 저희들처럼 키우시려고 무척 애쓰고 계시잖아요. 제 아내하고요 둘이 의논을

했는데요. 얼마 안 되지만 동생들 사는 집을 수리한다고 해서 공사비를 후원 좀 하려구요.

처음에는 백만원을 하려고 했는데 저희도 먹고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생각다 못해

오십만원만 가져왔으니 적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저희 정성이니까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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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들을 위한 집수리 비용으로 써달라는 후원금 ⓒ 장애란


그 오십만원은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귀하고 숭고하기까지 하여 먹먹한 가슴으로 한참을

앉아 있게 하였습니다. 갓난아이 때 시설에 들어와 30여 년을 살다가 결혼하여 자립한

아주 자랑스런 대길이입니다.

모자를 만드는 직장에서도 얼마나 성심성의껏 일하는지 대길이가 팀장으로 있는 부서는

대길이가 없으면 일이 안 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이런 대길이가 동생들을 자기처럼

키워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의 의미는 두고 두고 생각해도 끝이 없습니다.

지금의 자신의 삶이 행복하니 자신들처럼 잘 키워 취직도 시키고 결혼도 시켜 줄

뿐더러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 달라는 부탁입니다.

정신지체인 시설 '동천의집'에서 살다가 결혼하여 지역사회의 보통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열 일곱 가정은 저마다 삶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열 일곱 번째로 결혼한 대길과

성례의 가정은 시설 내 첫 커플이기도 하고 우리 가까이 있어 그런지 늘 우리 가까이에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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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1년차 가정 대길과 성례의 아름다운 모습
ⓒ 지윤경


이제 결혼 1년된 부부의 이야기는 여느 신혼 부부의 신혼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의 생활은 아침에 밥과 국을 먹고 출근하고픈 신랑과, 바쁘니

대강 먹기를 원하는 신부의 다툼으로부터, 퇴근 후 먼저 저녁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한 후

쉬기를 원하는 신랑과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왔으니 좀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기를 원하는

신부의 실랑이가 들려오더니 급기야는 신부가 출근을 하지 않는 스트라이크로 발전돼

그 내용을 알아보니 연휴에 시장 구경이든 롯데월드든 갈 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며 TV만 보고 있는 신랑이 미워 출근을 안 한 것이었습니다.

화를 낸 신부를 불러다가 말을 하지 않으면 신랑이 절대로 알아서 해주지는 못하니

그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말로 하라고 조언하고, 신랑에게도 결혼 전에 '내가 다 해줄거에요'

하고 약속 했던 것을 생각해 보라고 타이르는 등 1년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일년이

지나고 보니 여느 부부들처럼 부부로서의 삶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고 있습니다.

신랑을 어릴 때부터 지원해왔던 직원들은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신부를 보니 마땅치 않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신랑은 몸이 약한데도 힘든 일을 하느라고 힘겨워하는데

보약 한 첩 지어주지도 않고 몰래 적금을 들어 심기가 불편합니다.

그 반면 신부를 지원해 왔던 직원들은 여자가 비자금을 만드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데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맞벌이 부부인데 신랑은 왜 받기만 해야 하는지 마땅치가

않습니다. 어느 때는 회의 시간이 시어머니들과 친정어머니들의 입장차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들의 삶에 참견을 하거나 좌지우지 하지 않아야 함은 다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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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의꿈 이라는 이름을 가진 결혼부부의 모임
ⓒ 장애란


며칠 전에는 먼저 결혼한 부부들이 모여서 자치회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멀리 춘천에서, 동두천에서 광주에서 달려온 부부들은 서로의 살림 노하우와 작아진

자녀의 옷을 전달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날 결혼 3년차인 유림이 엄마인

숙자가 회장으로 뽑혀 앞으로 자치회를 이끌어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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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으로 당선된 숙자부부. 세살된 딸 유림이는 책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 지윤경


저는 이들의 모임에 '연어의 꿈'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자라온

동천의집을 떠나 세상이라는 큰 바다로 떠난 이들이 연어처럼 언제든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돌아오고픈 집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이들의 든든한 고향이 되어 주고픈

마음에서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더라도 생각만 해도

푸근한 집, 기억만 해도 좋은 집으로 각인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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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살부부로 별명이 붙은 결혼 4년차의 남순부부 비가 와서 세살짜리 아들은 시어머니께 맡기고 왔다고.
ⓒ 장애란


정신지체인들이 결혼하여 자녀를 출산하면 그 아이도 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

그 아이들의 인권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듯한 부모 밑에서 지란 아이들도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는 세상에서 동천의집에서

첫번째로 결혼한 금순씨의 아들은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는 중학생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 지금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몇몇의 유아들은 비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조금도 다름 없이 잘 자라고 있으며 부모로서도 조금의 문제도

없이 그 역할들을 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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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아이이지만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정숙부부의 모습
ⓒ 지윤경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아이를 포기하고 더욱 부부애가 깊어진 명자부부는

신랑 인수씨가 일하는 직장인 장애인특수학교에 신부가 자원봉사를 함으로 신랑을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혼 3년차이지만 아직도 외출 때면 커플티를 즐겨 입는 부부입니다.

이 부부는 하루종일 붙어 있어도 결코 지겹지 않다는 행복부부입니다. 살아가면서 얼굴과

몸매, 행동까지 닮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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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정숙부부는 광주의 명자부부와 1주일 간격으로 결혼을 해서 그런지 우의가 돈독하여 시간만 있으면 양쪽집을 오가며 우의를 다집니다.

ⓒ 지윤경


동천의집에서 가장 연장자였던 강희씨는 올드미스 히스테리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였지만

결혼을 한 후에는 시설에 들를 때마다 혼자 사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으니 빨리 결혼하라고

직원들에게 충고를 합니다. 비록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지고 태어 났지만 좋으신 시부모님을

만나 너무도 행복해 합니다. 결혼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신랑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늘 함께 있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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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도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준 강희씨의 행복한 모습
ⓒ 지윤경


동천의집에는 많은 정신지체인들이 삽니다. 대길이는 이들을 자신처럼 키워주기를 부탁합니다.

장애인들도 잘 자라서 보통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고, 또 많은 장애인들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늘 노력합니다.

결혼해서, 결혼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고 있는 우리 동천의집

가족들은 예의 바르고, 천사 같다는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제2의 대길이 형, 제3의 숙자 언니가 되도록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대길이의 바람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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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을 끝내고 식사를 하러가기 전 기념사진 한 장. 여름에 휴가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였답니다.
ⓒ 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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