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오마이뉴스) 김진숙선생님의 글 > 가족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서브페이지

측면메뉴

바로가기 베너

동천공동가정지원센터 동천의집윤리경영 동천의집해피빈 동천의집배너달기

제목:가족이야기

홈 > 게시판 > 가족이야기

가족이야기

작업장(오마이뉴스) 김진숙선생님의 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6-04-25 16:30 조회2,614회 댓글0건

본문

"절대 멈추지 않을 겁니다"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장애란(jangar) 기자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동천의집에는 정신지체인들 10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중 절반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며, 나머지는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입니다. 예전엔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할 일이 없어 마당을 돌아다니던지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 답답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내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직업재활과 훈련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근로시설을 만들었고 많은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직업전선에 뛰어 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직업훈련을 받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이었습니다.

경증장애인들도 비장애인에 비해 생산성이 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중증장애인들은 단추 하나를 꿰는데도 몇 달의 시간이 걸리니, 물건을 만들고 팔아서 작업을 한 장애인에게 급여를 주는 실적을 올려야하는 장애인 근로시설에서는 중증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가 없습니다.

jangar_288020_1[450665].jpg
▲ 중증 장애인들이 만들어 낸 자랑스런 작품들
ⓒ 장애란
동천의집에서는 일을 하여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경증 장애인들의 경우 생활비와 용돈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 대부분 그룹홈(장애인 4명과 교사1인이 지역사회에 주거 공간을 마련하여 사는 집)으로 나가서 살게 하였으므로, 시설에 남아 있는 중증 장애인들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훈련을 시키고 공부를 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차를 탈 수 있어 지역사회의 직업재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18명 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외출도 힘들고 직업훈련은 더더구나 힘든 중증장애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천의집에서는 장애인들이 직업재활훈련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을 아주 천천히 시켰습니다.

3세 미만의 행동발달과 아이큐 30 미만의 장애를 가진 정신지체인들에게 작업 활동을 훈련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직원들은 밤을 새며 연구하여, 중증 장애인들에게 가장 알맞은 일거리를 개발하였습니다.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정신지체인들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데 동참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생산품을 가지고 직원들은 바자회마다 다니며 팔아 장애인들에게 대가를 주기 시작하였고 이들은 적은 금액이지만 이 급여를 가지고 본인이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로 너무 힘들어 눈이 풀어진 직원, 얼굴이 부석부석하여 피곤과 힘듦이 그대로 노출되는 직원, 입가에 포진을 달고 사는 직원들을 보며 남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내가 얼마나 힘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동천의집에서는 장애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가정, 장래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많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근무시간도 짧지 않습니다. 이들은 근무에 대한 대가도 적습니다. 이들은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니 눈에 보이는 실적도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혼과 물질을 다해서 일해야만 빛이 납니다.

이들은 성직자도 아닌데 성직자와 같은 높은 윤리성을 요구받습니다. 자신들에 대한 대우가 어떻든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들을 매순간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얼마 되지 않는 박봉을 기꺼이 내어 놓는 일들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너무도 많이 기꺼이 내어 놓습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이 비록 님비의 현상도 겪고, 왕따도 당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삶이 풍요롭습니다. 이들은 오늘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오늘도 작업은 계속된다 쭉~"

평일 오후 1시가 되면 3층 복도가 시끌시끌해집니다. 성격도도 성○영씨 "작업하러 가자 ~" 천진난만 허○연씨 "일하러 갑시다.~" 새침떼기 정○선씨 "작업해" 성격지존 성○순씨 "작업!"... 저마다 한마디씩 외치며 출근을 하고, 동천의집 작업장에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한 공간 안에서 비즈, 원예, 리본 작업이 이뤄지며 3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는지라 작업시간 내내 후끈거리고 북적입니다. 가족들은 작업테이블위에 각각의 재료들과 도구들을 꺼내놓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 출근 명단을 확인한 후에야 작업을 시작합니다. 늘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 그리고 판매를 위해 생산품을 맞추기 위한 작업량이 많아지면 짜증도 나고 힘겨울 테지만, 그래도 자신이 맡은 작업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불만·불평 없이 최선을 다해 임하는 우리 동천가족들입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동천가족들의 발바닥 티눈 제거 수술이 있던 날 "많이 아플 거예요"라는 양호선생님에 말이 있었기에 아프면 그냥 호실에서 쉬게 해야지 생각하며 작업장으로 내려가는 순간, 티눈 제거 수술을 받은 성○영씨가 아픈 발을 높이 들고서 3층이나 되는 계단을 엉덩이로 밀고 내려오는 겁니다.

"○영씨 아프면 쉬어요. 힘들잖아요"라는 제 말은 완전 무시되고, 기어코 한발로 밀고 작업장으로 가려는 ○영씨를 등에 업고 작업장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히면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영씨의 타오르는 열정으로 인해 막막해지는 제 가슴과 귓전에는 이런 소리가 가득 울립니다. "멈추지 말자."

jangar_288020_1[450636].jpg
▲ 타오르는 열정으로 몸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였던 진영씨의 뒤돌아보는 모습
ⓒ 장애란
고도 근시와 고도 난시를 함께 가지고 있는 이○주씨는 불편한 그 눈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여 이젠 하나의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되었기에 "야! ○주씨, 대단해요. 아주 잘 했는데요"하고 칭찬을 하자 워낙에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주씨가 한참 후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는데, ○주씨의 한쪽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시력이 좋지 않으니 사물을 눈 앞 가까이 대고 집중하다 눈이 피로해져 눈물이 흘러 내린 겁니다. 그래도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따봉"이라 말하는 ○주씨를 보면서 막막해지는 제 가슴과 귓전에는 또 다시 이런 소리가 가득 울립니다. "멈추지 말자" "절대 멈추지 말자"

기분 변동이 잦은 이○분씨, ○분씨는 맨 처음 비즈 작업 시 큰비즈, 작은비즈 크기는 구분하였으나 연속 교차하여 연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3가지 디자인의 비즈 끼우기 작업이 가능해져 "○분씨, 이젠 잘하네요. 아주 예쁜데요"라고 격려하자 기분 좋아진 우리 ○분씨 큰 목소리로 "팔아야지. 팔아서 돈 벌어야지" "또 만들께. 내가"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또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타면서 제 귓전에는 이런 소리가 가득 울립니다. "멈추지 말자"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멈추지 말자"

jangar_288020_1[450635].jpg
▲ 팔아야지. 팔아서 돈 벌어야지” “또 만들께. 내가”라고 말하였던 옥분씨의 작업 모습
ⓒ 장애란
체격은 작으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우리 이○숙씨. 지난 10월 장애인 취업 박람회에 참가하여 취업기회 및 실전 경험을 마련하고자 본인 스스로 이력서를 직접 작성하고 구직접수를 신청하여 어느 한 회사에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숙씨를 보자마자 "너무 체구가 작아 우리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힘들 것 같은데..."하며 말끝을 흐리자, 똘망똘망 우리 ○숙씨 그 면접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일하고 싶어요." "잘 할 수 있어요"라며 진정을 담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전 또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타면서 제 귓전에는 이런 소리가 가득 울립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가족들의 작업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생산품은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판매되고, 그 수익으로 우리 가족들에게 급여를 줍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작은 대가지만 그 안에는 가족들의 열정과 정성, 무단한 노력이 깃든 것이기에 결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명품입니다.

무한한 달란트와 최강의 잠재력을 소유한 우리 동천가족들, 그러기에 멈출 수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천의집 가족들이 절대 멈추질 않습니다. 멈추기를 거부하며, 멈춰선 안 된다고 채찍질을 합니다. 함께하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일깨워주는 감동백배, 열정파워 동천의집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동천의집 최강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최고의 명품을 많이 사랑해주고 애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오늘도 작업은 계속됩니다. 쭉~~ / 김진숙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그누보드5
※ 본사이트는 한국형 웹콘텐츠접근성지침2.0을 준수하였으며, 최신 웹브라우저의 웹표준 모드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Copyright © dong-chun.org.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