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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어수선했던 일본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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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6-10-26 15:38 조회3,2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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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인들의 해외여행 다섯 번째 이야기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장애란(jangar) 기자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동천의집'에서 생활하다가 취업을 한 성인 장애인들은 집단 시설인

'동천의집'을 떠나 지역사회의 '그룹홈(교사 1인과 가족 4명)'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기에 경제적으로 조금씩의 여유들이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연휴가 길어

처음으로 일본의 규슈 쪽으로 해외여행을 하였습니다. 비록 삶에 서투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성정을 가진 이들의 여행기입니다. <기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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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시간에 동천 여성 가족의 마음을 설레이는 포즈를 잡아본 모습이랍니다.
ⓒ 장애란

구마모토 성에서 나온 후 후쿠오카로 이동하는 도중 차안은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노래방으로 변했다. 총각 선생이 가장 인기다. 노래까지 잘하니 아가씨들은 까르륵 까르륵 자지러진다.

학문의 신을 모셨다는 디자이후 천만궁

'학문의 신'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신사로 시험합격,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신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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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의 길
ⓒ 장애란


디자이후 천만궁 입구는 차가 다니지 않는 긴 도로로서 양쪽이 상가로 채워져 있다.

가족들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 할 전통적인 작은 액세서리나 구경을 할 뿐 이제는 어떤

상품이 있더라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더구나 먹거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일본 음식은

무엇이든 맛이 없다는 것이 가족들의 공통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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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종이가 매어달려 있는 건물과 나무, 바위 등이 무척 많았답니다.
ⓒ 장애란


신사 내에는 자기의 소원을 적어서 신사 여기저기 매달아 놓은 건물이 꽤 많았다. 건물뿐만

아니라 큰 나무, 바위 등 어디에건 소원 종이가 매어 달려 있다.

소원종이는 한글로 씌어져 있는 것도 상당히 많았다. 건강을 기원하고, 가족의 평안과 화목을

기원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소원을 적은 글이 유독 많았다.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먼 이국에까지 와서 다른 나라의 신에게까지 빌어야 하는 대학. 그 대학이 과연

인생의 목적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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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된 소원을 비는 종이, 입시를, 가족의 화목을, 가족의 건강을 위한 글이 많았습니다.
ⓒ 장애란


우리 장애인들은 비록 학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학교를 나왔고, 여행을 같이 온 일행 중에는

언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 장애인들이 절반이나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비록 대학도 못나왔고 좋은 직장도 가지지 못하여 많은 월급을 받지 못하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만족하며, 알뜰하게 저축하며 이렇게 처음 여행길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학문의 신을 모셨다는 디자이후 천만궁은 일본 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길에 꼭 들르는 신사라고

한다. 신사에 들러 절을 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너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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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잘하게 해 달라고 학문의 신에게 절을 하는 일본의 고등학생들
ⓒ 장애란


신사를 나와서는 면세점에 들러 쇼핑을 하였다. 자기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며 열심히 고르는 가족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물을 테마로 한 오오호리 공원

매립지 안에 세운 후쿠오카의 신도시와 물을 테마로 한 오오호리 공원을 관광하였다. 신도시라서

그런지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오오호리 공원은 잘 정비된 호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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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신도시의 고층 건물 들
ⓒ 장애란


모래를 퍼다가 인공으로 해변을 만든 모모치해변은 역시 일본 사람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해운대나 광안리는 낮이고 밤이고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인공 해변은 눈으로 보며 즐기는 해변인

가보다. 멀리서 사진 찍는 사람들은 있어도 해변을 거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변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가기가 힘이 들게 만들어 놓아서 접근하기가 수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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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해변의 모습
ⓒ 장애란


저녁은 불고기다. 가족들은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원 없이 시켜먹던 김치와 상추, 고추 등을

그리워한다. 조금도 여유가 없는 반찬문화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그러나 밥은 얼마든지

서비스해주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반자립홈 가족들은 준비해온 김과 고추장으로 매끼 입맛

을 달랜다. 고기를 구워 잘 먹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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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고기가 맛이 있었으나 무언가 2% 부족함을 느끼며 저녁 식사를 하였답니다.
ⓒ 장애란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면 안되지요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호텔은 후쿠오카 역전에 있다. 여태까지는 일본의 전통식 호텔이었는데

마지막 호텔은 현대식 호텔이다. 일본 전통 호텔이어서 변기와 욕조, 세면기가 따로따로 작은

방에 있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은 우리처럼 화장실 하나에 변기와 욕조, 세면기가 같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정집 아파트에도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센토라자 호텔은 로비가 2층에 있었고, 1층은 지하처럼 되어 있어 문이 건물 옆쪽

으로 나 있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엉뚱한 곳이 나온다. 그래서 직원들도 1층으로 가서 헤맨 다음

로비를 찾아오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였다. 객실도 복도가 미로처럼 몇 갈래로 되어 있어 방을

찾으려면 여간한 기억력이 아니면 이리저리 헤맨다.

여행 3일 차 적당히 흐트러진 마음과 호텔의 구조까지 합해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호텔로

들어가 방 배정을 하는데 복례가 방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며 로비에 앉아 시위를 한다. 이유는

룸메이트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 밤도 잘 잤고 오늘 하루 종일 아무런 내색 없이

잘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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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을 하기 위해 상가 구경을 합니다.
ⓒ 장애란


짐을 풀고 근처의 100엔 숍으로 쇼핑을 간다니 따라 나선다. 살 물건들이 없다. 싼 중국산이 많고

썩 맘에 드는 물건들이 없는가 보다. 그렇지만 작은 소품들을 사면서 즐거워하는 가족들도 많다.

구마모토와 달리 9시에 문을 닫는다.

대충 쇼핑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일본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하니 역 근처에 ‘요도바시 카메라’

라고 하는 쇼핑센터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 곳으로 가보려고 나서는데 혜숙이가 방으로 올라가려

다 1층으로 잘못 내려와 길을 잃기 일보직전이었다. 호텔 로비로 가서 직원들에게 인수를 하니

직원들의 얼굴이 하얘진다. 내일 떠나야 하는데 일본까지 와서 가족을 잃어버리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상가를 잘못 찾아 다시 되돌아오고 있는데 복례가 직원과 호텔 밖에서 실랑이를 하면서 짐을

들고 나온다. 호텔 방으로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떼를 쓰는데 로비에서 다른 손님들과 호텔

직원들 보기도 그렇고 해서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지 말고 들어가자고 아무리 달래도

막무가내이다. 일단 직원이 함께 있으니 달래서 들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텔 로비 쪽으로

가는데 직원들이 또 뛰어 다닌다.

명자부부와 대길부부가 함께 외출을 하려고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올 뿐만 아니라 방에 가보아도 없다는 것이다. 길을 잃을 사람이 아닌데…. 한 팀은 호텔

내를 한 팀은 호텔 밖을 뛰어 다닌다.

조금 있으니 연락이 온다. 호텔 내부가 +자형으로 되어 있어 엘리베이터 타는 곳을 잃어버려

찾아다니느라고 그랬노라고 한다. 다음부터는 호텔이 조그맣고 내부가 간단한 곳을 찾아야겠다.

복례와 직원이 들어온다. 어떻게 들어오기로 하였느냐고 물어보았다. 복례에게 왜 화가 났는지를

이야기 해보라고 하였더니 그 화난 이유를 설명하기에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 때 교사 여러 명이 용돈을 주었는데 그 분들께 줄 선물을 사야 하는데 면세점에서도, 100엔

숍에서도 마음에 드는 선물을 사지 못해 속이 상해 그런 것이라고 한다. 내일은 공항에 가서

비행기 타는 것 외에는 일정이 없으니 공항에 가는 도중이든지 공항에 가서 선물을 구입하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다.

이제는 휴식이다. 모두 방으로 들어갔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나오거나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직원들은 또 나갔다 온다고 한다. 일본 라면을 먹으러 간다고 한다. 정신력도, 체력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내일 아침이면 또 일찍부터 가족들을 챙기겠지. 나가서 좋은 것을 보고나 먹으면

다시 가족들을 데리고 나가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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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마지막 밤은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도 하였지만 내일이면 집으로 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장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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