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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02월 01일=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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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소영 작성일06-02-08 12:01 조회2,18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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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니카와 초현이를 집에 데려가기로 하셨어요?”

“아니오!”

“나 원 참! 이모가 데려가기로 했다고 하길래 아이들 뒷물까지 씻겨서 외출준비 다 시켜놨는데..”

임원자 선생님의 표정이 황당한 듯 일그러진다.

그런데 난 정말 억울했다.

05년 사업실적보고서 제출일이 막바지에 있었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진물이 날만큼 경황이 없었고, 수시로 몰려오는 아이들도 손을 내 저으며 방으로 돌려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임원자 선생님께 미안해진 나는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카와 초현이를 불렀다.

“모니카야, 초연아! 이모가 언제 데려간다고 했어?”

“데려가기로 했잖아요!”

“내가 언제? 오늘 이모랑 얘기 한적 있었어?”

“데려가기로 했잖아요!!”

모니카는 못내 억울하다는 듯 “앙~”하고 울음보를 터트렸고, 초현이는 모니카처럼 강한 부정은 할 수는 없었지만 내 쪽에서 오리발을 내민다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애들이 집에 가고 싶어서 그랬나보네..”

바쁜데 미안하다는 듯 임원자 선생님께서 두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가셨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모니카의 표정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모니카와 다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사무실을 나왔고 마침 복도에 계시던 김정순 선생님으로부터 상황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달력을 가져와서 오늘이 몇일이냐, 02월 12일이냐고 재차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02월 01일이라고 가르쳐주었고, 주위에 있던 언니들도 외쪽 손으로는 숫자 2를, 오른쪽 손으로는 숫자 1을 쥐어보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일 전 내가 02월 12일에 모니카와 초현이를 집에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니까 왼쪽 손가락으로 꼽아든 숫자 2와 오른쪽 손가락으로 꼽아든 숫자 1이 아이들 입장에선 12와 같았던 것이다.


웃기기는 하고.. 가슴 한켠이 찡~하기도 하고..

“그래! 내가 너희들을 위해 일하지! 문서가 더 중요하겠냐!! 가자! 가!!”

결국 그날 밤 늦게, 졸린 눈을 비비며 나를 기다리는 모니카와 초현이를 집에 데려갔고 칠흙같은 정을 쌓으며 묵은 때를 빡~빡~ 밀어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아이들의 큰 외침을 작게 간주하거나 소홀하게 지나쳐버리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가슴속 깊이 새겨 넣었다.

"사랑한데이~"

댓글목록

김영문님의 댓글

김영문 작성일

.... 이쁘네요!!!


그누보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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