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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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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미향 작성일05-10-27 17:28 조회2,4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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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무엇이길래... 우리 원의 어린 가족들은 엄마를 찾아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친구들을 난 네 엄마가 아니야..하고 했던 것들이 이제..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보니 후회가 된다.

"엄마! 엄마!"

지금 8개월된 딸이 의미 없이 부르는 말이다..

그 말에 의미가 부여되면 더 애틋하겠지만, 내가 처음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을때만큼 마음이 절이고 뭔지 모를 의무와 가슴의 응어리와 떨림이 생기지는 않을것 같다.

동천의집에 처음 출근을 했었을때 내게 먼저 다가와 주고 먼저 사랑을 주던 혜리....

혜리가 처음부터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늘 와서..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를 찾아 방긋 웃고 가던 혜리와의 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관심을 더 갖고 사랑해준 혜리가 고맙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햇볕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때 혜리가 다가와서 나의 흰머리를 뽑아 주었다.. 그리고 나서 한 말이

"잉...할머니다..할머니...음....아냐..엄마다 엄마.."

그때 불렀던 그 "엄마"라는 말은 나에게 남다른 것이었다. 이 호칭은 혜리와 나를 더 가까운 사이로 연결시켜준 고리가 되었고 혜리와 나와의 애착관계가 형성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요 처녀이지만. 5년전만해도 해리는 중학생이었다. 거의 매일

학교 가기전에 와서 인사하고 가고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고 나서 나에게 잠깐 왔다가 학교 수업시간에 맞춰서 가고,학교 갔다가 오면 다시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러 왔다.

저녁 먹기 전에도 어김없이 왔다가 가고 식사후에도 다시 왔다 가는 혜리를 보면서

원장님은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이 나타나면 혜리가 안올거라고 했고 다른 선생님들은 아니라고 너무나 애착을 보여 나중에 헤어지게 될때 혜리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거라고 했다.

잘못하게 혜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에게 집착하는 혜리의 맘을 끊고자 단점들을 얘기해 상처를 주게 되었다.

"어른한테는 존대말을 써야지"

"나중에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고 그룹홈도 나가고 결혼도 해야지 그럴려면 청소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방친구들과도 잘 지내야지..."

"엄마는 바빠!"

라는 말들로 외면했었고 결국 혜리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울기도 몇 번 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드문드문 오기 시작했었다.

난 나와의 애착관계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되었나 부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혜리에게 다른 엄마가 생긴것이다.

혜리는 처음에 나에게 했던 것 처럼 은숙선생님께 가서 매달리고 얘기하고 그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이 피기 시작한것이다.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이 생긴것이다.

한편으로는 애착 관계에 있어 나와 거리를 두게 된것에 대해 잘 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서운한 맘이 들었다. 그래서 심술맞게 굴었다..

내가 무관심하고 그럴찌라도 혜리는 여전히 가끔 나에게 찾아와 "엄마 뭐해?"라고 묻고

어깨에 매달리곤 한다.

그런 혜리에게 그 심술을 내보이곤 했다..

"너네 엄마한테 가라.."

"너 엄마 저기에 있잖어."

그럼 혜리는 방긋웃다가 금세 시무룩해져서 갔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준 혜리...

난 혜리에게 진정한 엄마가 되지 못하였다.

같은 사무실을 쓰면서 은숙 선생님이 있을때 그곳으로 먼저 가서 소곤소곤 이야기 하는 혜리를 보면서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한 결 같은 미소로 혜리를 사랑해주는 모습을 보니 좋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그치만 혜리는 나에게 첫딸이다.. 동천의집에서 낳은...

처음으로 엄마라는 단어로 나를 부른 첫딸...

그 혜리가 오늘 저녁 배식이 끝난후 올라오는 나를 숨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라고 부르고 또 어깨에 매달린다..

내가 엄마이길 거부했지만...

여전히 난 혜리에게 엄마인 것이다...

나를 엄마로 불러주고 생각해주는 혜리야..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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