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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아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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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5-11-05 11:43 조회2,8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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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학교와 직장에 가는 가족들에게 인사를 받습니다.


맨 먼저는 직장이나 작업장에 훈련을 받으러 가는 언니들입니다.

이들은 일부러 인사를 하러 오지는 않습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마주치면 인사를 합니다. 이들을 보면 너무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버스를 타고 매일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이들의 교통지도를 위해 몇 달간 아침저녁으로 따라다녔던 직원들의 노고가 생각납니다.

공릉동에 있는 다운복지관에 다니는 상미는 아직은 가끔씩 길을 잃곤 하지만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를 하여 직원들을 놀래어 주기도 하고, 지난번에는 복지관에서 쉬는 날 서바이블게임을 하러가는데 길을 잃어(신기하게도 집으로 오는 길은 잃지 않습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참가를 못하게 되어 눈물 콧물 흘리며 울면서 복지관 담당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하더랍니다. 전화를 해서는 지각을 해서 참가를 못해 죄송하며, 다음번에는 꼭 같이 갈 것을 부탁하는 전화를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 본 직원들은 상미에게는 미안하지만 몰래 웃었다고 합니다.(너무 흐믓해서...)


연천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다섯 명입니다. 이 아이들은 일찍 학교에 가기 때문에 일찍 출근해야 인사를 받습니다. 그 중 제일 언니 격인 이슬이는 큰 소리로 “선생님께 인사”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연천초등학교는 버스로 네 정류장을 타고 가야합니다. 자주 버스카드를 잃어 버리고, 가끔씩은 용돈을 주지 않았는데도 군것질을 하기도 해서 직원들을 긴장 시키기도 하고, 직원들을 공부시키는 아이들입니다. 요즘은 초등학교의 공부 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직원들이 숙제를 보아 주느라고 긴장을 합니다. 그래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과외 공부를 하기도합니다. 전임 자원봉사자들은 과목마다 따로 있을 정도랍니다.


근처의 어린이집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유치부 어린이들 차례입니다.

모니카는 인지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인사하는 것을 창피해하고 자존심 상해합니다. 그래서 인사를 잘 안할뿐더러 자기편에서 와서 안기기도 하지만 안고 돌리는 것은 싫어합니다.

지음이는 뛰어서 안기는 것보다는 현관문 뒤에 가서 장난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지음이를 안으며 이야기 합니다 “지음이 너무 예뻐, 사랑해”

하영이는 눈치 보듯 뛰어 와서는 가끔은 품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가거나 멈추거나 합니다. 일부러 꼭 안고 이마에 뽀뽀를 하며 한바퀴 돌려주면 “한 번 더” 합니다. 그러면 반대편으로 다시 돌려줍니다. 연지는 처음에는 인사를 잘 안했지만 이젠 매일 아침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아가씨입니다.

한 인물하는 예쁜 아가씨가 또 있지요. 초현이. 동그란 눈에 너무(?) 예쁜데다가 성격까지 여려서 방의 선생님의 가슴을 시리게 하는 아가씨입니다. 인사를 하러 와서도 마음껏 가슴을 파고들지 못합니다. 역시 안고 “사랑해 사랑해” 해줍니다.


같은 운동장을 쓰고 있는 특수학교인 서울동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차례입니다.

매일 인사는 남자 아이들이 먼저 합니다. 여자 아이들 보다 준비하는 것이 쉬운가 봅니다.

“차 차 차” 하며 동완이가 제 방으로 들어옵니다. ‘차 차 차’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차렷 경레’ 하며 인사를 받으라는 것이고, 하나는 자동차를 가르치는 말입니다. 동완이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방문하는 차량의 문이 열려 있으면 번개같이 벌써 차안에서 저지레를 하고 있습니다. 잠간 자리를 비우면 서랍 속에 있는 다른 것은 건드리지 않는데 자동차키는 벌써 없어집니다. 동완이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만지고 뜯어보기 때문에 동완이 소리가 나면 의자에 앉았다가도 얼른 일어나 나갑니다. 만지지 말라고 부탁하고, 소리 지르고 해보아야 소용이 없습니다. 얼른 행동으로 카바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무실에서도 책상이 어지럽혀 있거나 물건들이 뒤죽박죽되어 있으면 “그 분이 다녀 가셨군요”합니다.

병갑이는 “선생님 인사” 하며 제 손을 잡아 끕니다. 나가보면 병갑이 밖에 온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형아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병갑이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가끔은 신발을 바로 신었나 보아 달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거꾸로 신어서 바꾸어 신었습니다. 병갑이는 몇 년 전 소년의집에서 전원되어 왔을 때 단 한마디의 짧은 단어 한마디도 구사를 못하는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자기의 의사표현을 다 할 수 있으며 때로는 깜짝 놀랄 언어사용을 합니다. 언어치료의 필요성을 간파하고 언어치료사를 구해서 언어치료를 한 덕분입니다. 병갑이 뿐만 아니라서 단기직으로 언어치료사를 고용하여 많은 어린 아이들에게 치료를 받게 하고 있습니다.

민제는 남자아이들 중 막내입니다. 언제나 얼굴 가득 웃음을 웃으며 옵니다. 그 미소가 백만불입니다. 미소를 보면 가슴 속의 사랑이 샘솟듯 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중증 장애인이 많아 ‘차렷 경례’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 그냥 웅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례를 하고 갑니다.


그러다보면 저 쪽 복도 끝에서 여학생들이 옵니다. 언니들이나 선생님 손을 잡고 유치부 아이들이 옵니다. 손을 벌리고 뛰어옵니다. 정화는 행동이 느려 빨리 오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으면 통아저씨 게다리춤을 시키지 않는데도 춥니다. 역시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돌려주면 좋아합니다. 가끔은 주먹을 올리며 “화이팅”합니다. 정화도 병갑이처럼 한 개의 단어는 커녕 울 때 외에는 음성도 들을 수 없었는데 요즘은 단편적이긴 하지만 목소리도 나오고 단어도 됩니다. 언어치료사 선생님의 수고 덕분이지요.

나현이는 곧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늑막에서 연골을 떼어다가 코에다 붙여 코를 세우는 수술입니다. 성형미인의 탄생을 우리 모두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현이는 Stickler syndrome 증후군으로 그 증상중의 하나인 납작코이거든요. 나현이와 이름이 비슷한 나연이는 작년에 거대결장증으로 사경을 헤메었지만 수술을 받고 그 예후가 좋아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아침에 학교갈 때 아무리 추워도 치마를 입혀주지 않으면 삐져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웬일로 바지를 입었나 했더니 학교에서 등산을 한다고 바지를 입고 오라고 했다고 하네요. 인사할 때마다 가슴을 파고 드는 애교쟁이 아가씨입니다. 한 인물하지요.

설화, 동천의 인물이지요. 다운+뇌성마비이거든요. 그런데 애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팔을 펴고 뛰어오다가 다른 아이가 먼저 가슴에 안기면 살짝 뒤로 다시 걸어가 처음부터 다시 뛰어오는 아가씨입니다. 돌려주면 “다시” “한번만”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뛰어와서 안기기는 하지 않지만 꼭 안아주면 행복해하는 프라더윌리 증후군의 세진이, 안기는데도 인사하는데도 관심이 없는 에드워드 증후군의 유빈이는 안아주면 큰 소리로 웃지요.

머리카락이 없어 민머리인 미현이는 매일 아침마다 스카프를 벗으려하고 선생님은 예쁘게 보이고 싶어 스카프나 가발을 꼭 씌우려고 하는 싸움입니다. 인사를 하러 와서는 얼굴에 침을 뱉아 언제 침 세례를 받을지 두려웠는데 요즘은 배꼽 손하고 인사를 하고는 씩 웃습니다. 그 미소가 백만불짜리입니다. 미현이도 기분이 좋으면 가끔 상체와 하체가 따로 공연인 통아저씨 게다리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제 중학교를 가야 할 다은이는 동생들을 제치고 가슴에 안깁니다. 소영이는 여자 아이들 중 막내입니다. 복도 끝에서 달려오며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소영이가 오는 것은 모두들 알고 길을 비켜 주기도 합니다. 비켜주지 않으면 삐져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가슴에 파고들어 안깁니다. 매일 아침 소영이와의 만남은 하나의 의식입니다. 꼭 껴안고 진한 애정의 표현을 하고 내려놓으면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소영이와의 인사가 끝나야만 아침인사를 마칠 수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행해지는 인사세례를 통해 하루를, 그리고 매일을 사는 힘이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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