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올린 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장애란 작성일06-04-21 17:26 조회2,376회 댓글0건본문
어릴 적 우리 집은 장사를 했다. 가게에는 돈을 넣어두는 작은 손금고가 있었다. 가끔 엄마나 아빠는 금고에서 잔돈을 꺼내 무언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물건을 사러 시장에 갈 때 낱돈 몇 닢을 더 가져가서 아이스크림 등을 사먹으며 온 적이 있다. 아버지는 무척 엄하신 분이셨다. 동전 몇 닢까지 세어 놓으셨는지 심부름을 갔다 오면 훔쳐간 동전 몇 닢을 정확히 알고 벌을 세우셨다. 난 엄하신 아버지가 무서워 그 짓을 다시 하지 못했다. 중학생 때에는 교통비로 간식을 사먹고는 교통비 받는 날보다 더 일찍 차에 타곤 했다. 어른들이 정신없음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화폐개혁이 이뤄질 때였다. 학교에서 10원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구 화폐인 10환을 주셨다.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아버지는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내 말을 듣지 않으셨다.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엄마의 화장대 위에 10원이 있는 게 아닌가. 얼른 가져다가 가방에 넣고 다음날 학교에 갖다 냈다. 다음날 엄마가 시장 볼 돈을 화장대 위에 놓았는데 없어졌다고 하시자 아버지는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두 분 모두 더 이상 말씀이 없으셨다. 하지만 수십년 지난 지금도 그 일은 큰 자국으로 내 맘에 남아있다. 부모님은 설마 사랑하는 딸이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셨을 것이기에.
교회에서 예배 중에 선생님들의 가방을 뒤져 돈을 훔치기도 하고, 그렇게 훔친 것을 나눠 갖기도 한다. 취업한 곳에서 동료들의 가방을 뒤지기도 하고, 나눠 가진 돈으로 친구들에게 한턱내기도 한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간식을 슬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요즘 부쩍 심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원장인 내겐, 고무적인 현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돈을 훔치고 물건을 훔치는데 고무적이라니? 아이들이 자라면서 도벽이 생기는 것은 성장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누구나 그럴 수 있으며 어린 시절 나처럼 한두 번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에게 도벽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다들 한두 번씩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어떤 친구는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 경험이 너무 커서란다.
'동천의 집'은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나갔을 때 경제활동을 못하면 살아갈 수도 없거니와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은 우리 아이들도 누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각종 할인마트나 가게에 데려가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게 한다. 때로는 가끔씩 개구장이 아이들이 없어져 찾아보면 인근 할인마트의 시식코너에서 점잖게 시식을 하고 있어 웃으며 찾아오기도 하지만. '동천의 집'에서는 중증 장애인들에겐 특수교육을 시키지만 통합교육이 가능한 아이들은 버스를 태워서라도 일반학교에 보낸다. 그래서 일반 어린이집에 4명, 초등학교에 7명, 중학교에 2명이 취학, 비장애인과 함께 교육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교통비와 현장 학습비가 만만찮아 용돈을 많이 못 주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용돈을 쓰고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는 일이 당연하다면 우리 아이들도 당연해져야 한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보다 용돈이 적은 우리 아이들이 용돈을 더 쓰고 싶은 데서 문제가 생긴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껌을 한 통 훔쳤다는 새내기 초등학생. 담당 선생님은 아이 손을 잡고 문방구를 찾아가 "우리 아이가 껌을 한 통 훔쳤는데 사죄하는 의미로 껌 값의 열 배에 해당하는 돈을 드리겠습니다, 이 아이가 잘 모르고 한 일이니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놀란 주인은 거스름돈을 주려 했지만 담당 선생님은 훔친 금액의 열 배를 갚겠노라고 우겨서 주고 왔다고 한다. 오는 길에 아이가 가여워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왔노라고.
"잘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취업시켜서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치고, 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장애인들에게 도벽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 앞에서 빌고 또 빌었다. 아이가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지닐 것을 두려워하며.
우리 직원들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다. 그 아이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문제를 본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 때문에 불편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사랑의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
|
아이들이 돈을 훔치는데 고무적이라니? | ||||
도벽, 성장의 한 과정일 수도... "장애아들에게 편견 지니지 않기를" | ||||
| ||||
어릴 적 우리 집은 장사를 했다. 가게에는 돈을 넣어두는 작은 손금고가 있었다. 가끔 엄마나 아빠는 금고에서 잔돈을 꺼내 무언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물건을 사러 시장에 갈 때 낱돈 몇 닢을 더 가져가서 아이스크림 등을 사먹으며 온 적이 있다. 아버지는 무척 엄하신 분이셨다. 동전 몇 닢까지 세어 놓으셨는지 심부름을 갔다 오면 훔쳐간 동전 몇 닢을 정확히 알고 벌을 세우셨다. 난 엄하신 아버지가 무서워 그 짓을 다시 하지 못했다. 중학생 때에는 교통비로 간식을 사먹고는 교통비 받는 날보다 더 일찍 차에 타곤 했다. 어른들이 정신없음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화폐개혁이 이뤄질 때였다. 학교에서 10원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구 화폐인 10환을 주셨다.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아버지는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내 말을 듣지 않으셨다.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엄마의 화장대 위에 10원이 있는 게 아닌가. 얼른 가져다가 가방에 넣고 다음날 학교에 갖다 냈다. 다음날 엄마가 시장 볼 돈을 화장대 위에 놓았는데 없어졌다고 하시자 아버지는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두 분 모두 더 이상 말씀이 없으셨다. 하지만 수십년 지난 지금도 그 일은 큰 자국으로 내 맘에 남아있다. 부모님은 설마 사랑하는 딸이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셨을 것이기에.
교회에서 예배 중에 선생님들의 가방을 뒤져 돈을 훔치기도 하고, 그렇게 훔친 것을 나눠 갖기도 한다. 취업한 곳에서 동료들의 가방을 뒤지기도 하고, 나눠 가진 돈으로 친구들에게 한턱내기도 한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간식을 슬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요즘 부쩍 심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원장인 내겐, 고무적인 현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돈을 훔치고 물건을 훔치는데 고무적이라니? 아이들이 자라면서 도벽이 생기는 것은 성장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누구나 그럴 수 있으며 어린 시절 나처럼 한두 번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에게 도벽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다들 한두 번씩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어떤 친구는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 경험이 너무 커서란다.
'동천의 집'은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나갔을 때 경제활동을 못하면 살아갈 수도 없거니와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은 우리 아이들도 누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각종 할인마트나 가게에 데려가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게 한다. 때로는 가끔씩 개구장이 아이들이 없어져 찾아보면 인근 할인마트의 시식코너에서 점잖게 시식을 하고 있어 웃으며 찾아오기도 하지만. '동천의 집'에서는 중증 장애인들에겐 특수교육을 시키지만 통합교육이 가능한 아이들은 버스를 태워서라도 일반학교에 보낸다. 그래서 일반 어린이집에 4명, 초등학교에 7명, 중학교에 2명이 취학, 비장애인과 함께 교육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교통비와 현장 학습비가 만만찮아 용돈을 많이 못 주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용돈을 쓰고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는 일이 당연하다면 우리 아이들도 당연해져야 한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보다 용돈이 적은 우리 아이들이 용돈을 더 쓰고 싶은 데서 문제가 생긴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껌을 한 통 훔쳤다는 새내기 초등학생. 담당 선생님은 아이 손을 잡고 문방구를 찾아가 "우리 아이가 껌을 한 통 훔쳤는데 사죄하는 의미로 껌 값의 열 배에 해당하는 돈을 드리겠습니다, 이 아이가 잘 모르고 한 일이니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놀란 주인은 거스름돈을 주려 했지만 담당 선생님은 훔친 금액의 열 배를 갚겠노라고 우겨서 주고 왔다고 한다. 오는 길에 아이가 가여워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왔노라고.
"잘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취업시켜서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치고, 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장애인들에게 도벽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 앞에서 빌고 또 빌었다. 아이가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지닐 것을 두려워하며.
우리 직원들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다. 그 아이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문제를 본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 때문에 불편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사랑의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