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학교. “저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인간의 탈을 쓴 천사가 분명합니다.”
“글쎄, 그 말이 맞는 것 같군요”
택시기사는 내 말에 유쾌히 동의한다. 동천의 집 앞에서 잡아탄 택시기사와 나눈 대화의 결론은 그렇게 났다.
2시간 전 동천의 집 정문을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은 괜한 곳을 찾아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학교는 제법 넓고 빨간 벽돌 건물들은 모자공장을 포함해서 3동이나 되었다. 이웃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발굴해서 도움이 되고싶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기사가 첫 회부터 너무 크고 좋은 시설을 취재 한다는 것이 어쩐지 깔끔하지는 않았다.
먼저 시설을 대충 둘러본 뒤에 사진을 찍고 약속했던 김정숙선생을 만났다. 작고 가녀려보이는 인상이다.
“동천학원은 세가지로 분류 되어있습니다. 입구에 제일 먼저 마주친 건물은 모자 만드는 공장이고 내부 장애인과 지역 장애인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요. 제일 안쪽에 있는 건물은 동촌학교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까지 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여기 동촌의 집은 무연고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고아들이란 말씀입니까?”
“네, 현재 96명의 무연고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고 선생님들이 교대로 24시간 같이 먹고 자면서 근무하고 있지요.”
“선생님들이 24시간 먹고 잔다고요?”
순간 방금 전에 정문 앞에서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지 하고 머뭇거리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언론에서 한번씩 터져 나오는 장애인 복지시설의 비리 문제는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나도 언론이 심어놓은 이미지에 자유롭지 못했다.
동천의 집은 1951년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충현영아원으로 설립이 되었다. 1999년 동천의 집으로 시설 명칭을 변경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정부보조금도 많아지고 좋아 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여러 가지입니다. 정부보조금으로는 직원 월급주고 나면 6백만원이 남는데 겨울에는 한달 가스비가 6백만원이 넘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정된 식비도 한끼에 천원밖에 안되고요. 나머지는 독지가들이 보내주신 성금으로 생활 해야 하지요. 내자식 하고 똑 같은 밥에 똑 같은 옷을 입히는 것이 선생님들의 소망입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요.”
나는 김선생님다운 소망이라고 생각했다.
예산의 투명성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법인 이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집행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법으로 사용내역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어서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복지시설도 모든 예산은 투명하게 관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작은 돈 쪼개서 보내주신 돈을 함부로 관리할 수 있나요?”
시민들이 후원금을 낼 때 특정인의 후견인이 되어서 지정후원금을 낼 수 도 있다. 지정후원금은 지정된 목적에만 사용한다고 한다. 2006년도 상반기 후원금은 6천 7백만원 정도가 모아졌다고 한다. 매달 천 백만원 정도니까 백 여명의 원생들에게는 십 만원 씩 돌아가는 셈이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부족해 보인다.
사무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갔다. 시설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지금은 지하 식당에서 밥을 먹지만 보수공사가 끝나면 방안에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방에서 밥 먹는 것이 중요합니까?”
“우리 애들은 가정집에서 밥 먹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거든요. 연속극에서 식구들이 함께 모여 밥 먹는 모습을 제일 부러워합니다. 조금만 있으면 우리 아이들도 새로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너무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서 모르고 지났쳤는데 여기에서는 우리들 일상의 사소함 마져도 희망이란다.
목욕시설이 너무 부족하여 목욕시설도 늘린단다. 예산이 3억인데 정부보조금은 1억이 나왔단다. 1억은 원장님이 자기집을 담보로 빌렸는데 나머지 1억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단다.
동천학교는 방학이라서 수업이 없단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그 속에는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아이도 섞여있다. 벤치에 앉아 김선생님께 제일 고생 했던 기억을 들려달라고 했더니 몇 개월 전에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지하철에서 잃어버려서 온 교사가 4일 동안 서울 시내를 찾아 헤맬 때라고 한다. 선생님 한 분씩을 지하철 종점에 배치하고 기약도 없는 서울시내를 헤매고 또 헤맸단다.
“아이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애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들 밖에 없거든요.”
나는 그때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해가 되면서도 다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약속된 시간이 훌쩍 넘어 김선생과는 인사를 하고 헤어져서 택시를 잡아 탓다. 울타리 넘어 8월의 녹음이 동천학교에도 눈부시게 푸르르다.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 9월에는 바자회와 일일호프를 운영할 계획이라는 김선생의 말이 귀가를 맴돈다. 내가 술 좋아한다고 하자 김선생은 대단히 즐거워했다. 그 때는 나도 지갑을 부담 없이 풀어보여야 되겠다. 여름에 겨울을 걱정하는 동천의 집 선생님과 아이들을 위해서……
후원금을 보내는 방법
예금주 : 동천학원
계좌번호 : 829-103194-13-103
은행명 : 우리은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