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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승훈 작성일2008-02-04 10:04 조회6,6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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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3일 (일) 19:08 오마이뉴스

이름도 생소한 '그룹홈'을 아시나요?

[[오마이뉴스 송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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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 따스한 겨울 오후에 가족이 현관 계단에 앉았다. 딸 둘은 학원에 가서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쉬운 장면이다.
ⓒ 송상호

외양은 일반 가정 주택이 분명한데 자녀가 7명이라고 하니 요즘 텔레비전 방송에서 한창 다뤄지는 다자녀 가정인가보다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입양한 자녀로 이루어진 다자녀 가정인가보다 생각하는 것도 적당하지 않다. 9명의 대식구가 동거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다.

이유의 근원은 십수 년 전 최유숙 시설장(그룹 홈의 엄마)이 시작한 봉사 습성(?) 때문이다. 남편 양대성씨의 직장 따라 십수 년 전 안성으로 내려와 낯설기도 했으련만 최 시설장은 집 주변의 어르신들을 자발적으로 찾아가 말벗과 청소를 하는 등 봉사로 섬겼다. 그것이 소문이 나서 노인요양시설에도 몸담게 되었다. 그렇게 안성의 복지시설 등과 인연이 되어 활동하던 중 한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공동생활가정(그룹 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그룹 홈'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작년 10월 경) 온 후로 이들은 이제 완연히 한 가족이 되었다. 그들 부부에겐 이제 낳은 아들 2명과 기르는 딸 5명 등 도합 7명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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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홈 전경 작년 10월에 이사온 집이다. 일반 가정 주택에다가 단지 이름 문패 대신 '꿈나무'라는 문패를 달아둔 것이 눈에 띌 뿐이다.
ⓒ 송상호
처음엔 "너희 자녀들이나 잘 키우지. 뭐하려고"라며 걱정하시던 최 시설장의 시부모님(안성 거주)도 지금은 손녀의 재롱과 애교 때문에 손녀들 보는 재미에 빠지셨다고. 무뚝뚝한 손자들만 보다가 졸지에 싹싹하고 애교 많은 손녀들을 보니 당연할 터. 하물며 두 부부의 즐거움이야 두말해서 무엇 하리.

실제로 거실에서 온 가족이 모이면 시골장터를 방불케 한다. 딸들의 수다가 온 방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요즘은 방학이라 그런 현상은 자주 생긴다. "엄마, 아빠, 오빠"라는 단어들이 아주 자연스레 오간다. 아니 그 단어들에 어울리는 관계가 더 자연스럽다. 딸들의 쉴 새 없는 수다와 말 걸기에 그들 부부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도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는 법. 그룹 홈이라는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국가적 지원과 후원자의 후원이 미미해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부부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다. 각자의 재능과 기술을 가꿔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을 찾아주려고 하다 보니 사교육비가 만만찮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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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다 요즘 한참 같이 만들고 있는 휴대폰 고리를 보며 함께 수다를 떨고 있는 모녀. 한 눈에 봐도 서로 졍겹고 끈끈한 모녀 같음을 알 수 있다.
ⓒ 송상호
대학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인 아들들보다 오히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딸들이 그들 부부에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게다. 이런 지경이니 엄마 최유숙씨는 정신없이 바쁘다. 딸들 뒷바라지에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지만 요즘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최 시설장은 '그룹 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대형 아동복지시설보다 함께 하는 아동의 수가 많지 않기에 각자의 개성과 욕구를 잘 파악하여 그들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인 거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진국 스타일의 아동복지시설인 게지요."

그렇다. 우리 사회도 혈연이 아닌 다양한 인연으로 맺어지는 가정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그러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훌륭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선한 형태의 가정공동체인 것이다.

누구보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무엇보다도 꿈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시설형태가 아닐까. 그야말로 동정이 아닌 애정이 바탕이 된 아동복지시설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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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들 엄마랑 있는 게 그저 좋은 딸들과 딸들과 있어 그저 행복한 엄마의 모습이다.
ⓒ 송상호
하여튼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 주겠다고 '꿈나무 그룹 홈'이라고 이름을 지었던 그들 부부에게도 이젠 꿈이 생겼다. 노인 그룹 홈과 아동 그룹 홈을 동일한 터전에 설립하여 아동은 노인의 지혜와 예절을, 노인은 아동의 애교와 재롱을 서로 나누게 하는 '그룹 홈 공동체'를 만들려고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아이들의 간식과 식사거리를 챙기기 위해 '안성 푸드 뱅크'를 향해 부리나케 뛰어가며 조금씩 사라져가는 최 시설장의 뒷모습은 자녀들에게 하나라도 더 거두어 먹이려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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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딸들이 하루에도 몇 십번이고 불러대는 '엄마'인 최유숙 시설장은 요즘이 어느 때보다 정말 행복하다고 토로한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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